우리는 "기본"이라는 말을 참 많이 사용한다. 한자로 基本. 사전적인 의미는 "사물이나 현상, 이론, 시설 따위의 기초와 근본."이라고 한다.
“이 제품은 적외선 촬영 기능이 기본이지.”
“영어의 기본은 단어 학습이야.”
“오늘은 기본 동작을 배웠다.”
"기본"은 이런 예처럼 형식상 준비가 되었음, 갖춤을 의미하는 객관적인 의미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도 많지만 “기본이 됐다”, "기본이 안됐다"처럼 말하는 사람이 주관적으로 원하는 바에 대한 충족의 정도를 나타내는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참 많다.
“기본이 안 돼있군.”
“이렇게 해야 기본이라고 하지.”
“너두 기본은 해야지.”
그 기본이 정말 기본일까? 왜 그렇게 하느냐 또는 하지 않느냐에 대한 강요나 질책은 아닐까?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를 진행해보면 특히 고객의 요구 사항에서도 이런 말이 많이 나타난다.
“그건 기본으로 해주셔야 되는 거 아닌가요.”
난 개인적으로 고객의 요구 사항은 거의 옳다고 생각한다. 고객이 甲의 위치에서 요구할 만하니까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용해야 한다는 乙 입장의 저자세를 떠나서 내가 만드는 소프트웨어의 완성도가 어느 누구의 고객이더라도 만족시킬 만큼은 돼야겠다는 욕심이나 목표가 더 크다.
그러나 주관성이 묻어 있는 이 "기본"이라는 말은 이러한 내 이상에 대해 의미를 퇴색하게 하는 게 분명하다. 꼭 그 말이 아니더라도 고객의 기대치에 우리의 결과물이 못 미친다면 그러한 뉘앙스는 어디서든 나타나게 된다. 다른 사이트 보니까 다 그렇더라라든가 우리 사용자들이 그런 걸로 만족할 수 있겠냐라든가.
나 자신에 대해서도 한 번씩은 돌아볼 여지가 있는 말이다. 팀원들은 심리적으로 상사에 대해 어떤 어려움을 가지고 있고 낮잡아 보이면 안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텐데 그런 사람들을 놓고 “기본” 운운한다든가 남들과 비교하거나 하는 건 분명 그 동안 신뢰의 탑을 공들여 쌓았더라도 탑을 밑바닥부터 흔들 수 있는 좋지 않은 행동이 분명하다. 문제는 그런 게 꼭 말로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뉘앙스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해결책은 고객과 나의 관계가 "갑을 관계"라고 하는 수직적 관계가 아니어야 하듯 상사와 팀원의 관계도 팀원을 존중할 수 있는 상호 협력적인 관계가 돼야할 것이다. 고객도 단순한 요구 사항을 나열하는데 그치지 말고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같이 고민하고 같이 노력해야 하며 상사와 팀원도 조직과 개인의 발전적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이는 사이가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