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TV를 즐겨 보게 되면서 어린이 프로그램을 같이 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사실 어른으로서 그렇게 재밌게 보는 편은 아니다. 다만 스폰지밥이나 라바는 유머스러운 재미가 몰입도가 있기는 한데 한번 재밌게 보면 끝이었다. 하지만 최근에 핀과 제이크의 어드벤처 타임에는 꽤나 빠져버렸다. 어른들이 봐도 충분히 재미있는 매력적인 만화 핀과 제이크의 어드벤처 타임(이하 어드벤처 타임)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한다.
아이들과 같이 보다 보니 재미를 느껴서 일부러 찾아보게 되었다. 인터넷에 자막 버전이 많이 올라와 있었다. 아래는 그중 1시즌 7화로 방영된 City of Thieves와 The Witch’s Garden편이다.
만화(흔히 부르는 명칭은 애니? 카툰?)가 재미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어드벤처 타임의 경우는 매회 새로운 모험을 하며 그 내용이 다른 어린이 만화처럼 상투적이지 않고 어른에게도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기발한 구성과 독특한 유머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팬층을 만드는 힘이 있다.
아래는 단적인 스타일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6시즌의 Ocarina편에 나온 것으로 해당 TV 채널에서도 프로그램 소개로 자주 나온다.
처음 아이들이 어드벤처 타임을 보는 것을 옆에서 봤을 때는 워낙 별난 미국 만화가 많으니 그중 하나로서만 생각했었다. 난 예전에는 Ren & Stimpy나 Happy Tree Friends 같은 괴상한(?) 만화도 좋아했었고 어드벤처 타임의 만화 스타일도 그런 게 아닐까 싶었다. 다만 국내 방영을 하는 거 보니 좀 순한 만화인가 정도.
하지만 어드벤처 타임은 주로 유머 코드만을 넣은 다른 만화와 달리 주제 의식이나 주인공의 특성이 교훈적이라든가 하는 면도 크다. 주인공이 정의감이 뚜렷하여 불의를 보면 못참는 것은 미국식 영웅물과 같은 느낌도 주며 모험 정신으로 가득찬 소년이 환상의 나라에서 살고 있는 것은 피터팬과 같은 느낌도 준다(하지만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구성에 있어서는 매회마다 이야기가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긴 한데 시즌 방식의 특성상 일부 내용은 “떡밥” 형식으로 계속 끌고 가기도 한다. 또 내용이 기승전결이 아니라 기승전으로 끝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기승전결인 경우는 권선징악 같은 교훈을 주기도 하지만 인간의 보편적인 인생 담론을 한번 더 생각해보게 만드는 심오한 면도 가지고 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등장인물 중 하나인 무지개콘이 한국말을 한다는 것이다. 내용상 외계 언어 같은 것을 말하는 등장인물이 필요했는데 애니메이션 작업자 중 한 사람이 우연히 발탁되어 성우로 참여하게 되었단다. 제이크의 자식 중 하나의 이름은 김길환이다.
심슨 가족 이후로 가족 만화로는 꽤나 재미 있게 보고 있다. 시간 날 때 더 찾아서 보고 영어도 공부해보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