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정도 프로그램 개발 일을 하다 보니 참으로 많은 날을 야근하고 철야도 하고 주말 근무도 했다. 개발자에게 야근과 철야란 어떤 것인지 하나씩 꺼내어 생각해봤다.

힘들게 일한다고 살이 빠지진 않는다

1주일에 몇 번을 철야를 하고 주말에도 나가 힘들게 일했는데 흔히 살이 빠질 걸로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야근의 부수적인 효과로 다이어트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왜냐면 야근하면 그 만큼 먹게 된다. 고생한다고 누가 과자 사다줘서 먹고 밤에 출출하다고 야식 먹고 머리 식힌다고 달콤한 거 먹고… 이러다보니 오히려 일을 많이 하면 살이 더 찌기도 한다. 스트레스 받으면 살찌는 경우가 바로 이런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다. 체질에 따라서는 쪽쪽 빠지는 사람도 있다. 담배만 펴대고 원래 소식만 하는, 원래부터 날씬한 개발자들이 주로 이런 체질이다.

똑같은 야근이더라도 힘이 덜 드는 야근이 있다

개발 일이라는 게 상당한 두뇌 활동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 심리적인 상태가 일의 효율과 동기 부여에 참 큰 역할을 한다. 똑같은 철야 작업이더라도 다음과 같은 경우 개발자들이 요령 안피우고 열심히 장기 야근하는 프로젝트를 경험했다.

중요한 건 동기 부여다. 일도 힘들고 몸도 힘든 프로젝트라면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동기 부여가 확실해야 한다. 언제까지 짧게 야근하면 확실히 끝난다든지, 이 프로젝트가 끝나면 회사에서 인정 받게 된다든지,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걸 배우면서 할 수 있다든지 이런 동기 부여가 되고 환경이 받쳐준다면 야근을 몇날 며칠을 해도 생각보다 그리 힘들지 않을 수 있다.

야근도 는다

야근이란 걸 처음할 때는 그 다음 날 또는 그 다음 다음 날까지 참 영향이 컸다. 그런데 이런 게 반복되다 보면 한밤중에도 졸리지 않고 집중해서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원래부터 올빼미 체질인 사람 빼고)

나 같은 경우는 고등학교 때까지 밤 12시를 넘겨 자 본적이 없다. 대학 때는 1시. 그런데 이 개발자라는 직업을 하고부터 한번씩 야근, 철야를 해버릇하니 이제는 밤이 밤 같지 않을 때도 있다. 밤의 고즈넉함, 새벽의 신선함이 그냥 무덤덤해질 때도 있다.

한 밤에는 세상이 조용해지고 모든 게 가라앉는 시간인데 그 시간에 활동을 하니 고요한 세상의 적막에서 오는 밤의 기운을 느끼지 못하게 된건가.

그리고는 이제 나이도 먹어 체력이 좋은 편도 아닌 거 같은데도 아침 7시부터 그 다음 날 11시, 12시까지 40시간 이상을 전혀 한 잠도 안자고 버티는 일도 종종 있다.

야근을 자주 하면 몸 버린다

당연한 얘기지만 잠을 덜 자면 몸에 좋을 리가 없다. 우리 몸은 꼬박꼬박 휴식을 취해야 또 하루를 힘차게 보낼 수 있는데 야근을 많이 하면 몸이 축날 수 밖에 없다. 나도 여러 가지 이상을 경험해야 했다. 이빨이 안 좋아지기도 했고 탈모가 심하기도 했고 장이 안좋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야근한 몸을 추스리는 데 가장 좋은 것은 따끈한 물에 목욕을 하는 것이었다. 개발자들이 많은 경우 찜질방이나 목욕탕이라도 찾아 잠시 자기도 하는데 따끈한 물에 몸을 푸는 것이 잠 자는 것 이상 피로를 푸는 데 도움이 되었다.

택시비가 아깝다

철야가 아니라 한 밤에 집에 돌아가는 경우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게 되는데 최근에는 기본료가 3000원까지 올라서 더욱 택시비가 아깝게 됐다. 며칠 전 집에 돌아갈 때도 택시비가 3만원이 나와서 심장이 쫄깃하기도 했다. 하지만 원래는 대중교통이면 1시간 반 이상을 가야 하는 시간을 단 30분만에 주파하지 나름 장점도 있기는 하다.

맺음말

야근, 철야는 일의 결과를 급하게 내기 위한 것이므로 필연적으로 부작용을 낼 수 밖에 없다. 한 가지를 잘 하고자 하면 다른 한 가지를 손해보는 게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제로섬까지는 아니더라도 야근과 철야는 사람에게나 일에 있어 얻어낸 그 무언가 만큼 반대로 손해보게 되는 게 있게 된다.

이러한 야근, 철야를 우리나라 개발자들은 참 쉽게 자주 하곤 한다. 선진국 문턱에 서 있는 세계 10 ~ 15위의 경제 대국이 왜 이렇게 일을 진행해야 하는지는 여러 분야에서 반성과 개혁이 필요한 일일 것이다.